■24회 개인전…25일까지 영등포 갤러리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까까머리 중학생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늘 절에 갔다. 안개가 끼면 평소와 달리지는 풍경에 마음을 빼았겼다. 그러다 주변의 석탑과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돌에 새겨진 글자들,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 흔적에 이끌렸다. 경북 상주시 남장사(南長寺)는 "자연 미술학교"였다. 비석과 석탑 불상을 보면서 점점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화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자 길이 열렸다. 산골소년은 상주에서 서울로 유학왔다. 서라벌예고에서 홍익대 동양화과 까지 직진하며 진짜 화가가 됐다. 40여년간 히스토리(History)연작에 천착하고 있는 권의철(72)화백이다. 1974년 제 23회 국전 특선 작가로 데뷔, 1984년까지 10년 동안 일곱 번이나 입선한 "국전 대표 작가"다. 매년 단체전에 참여하고, 24회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부문심사위원장, 운영위원을 역임, 현재 국전작가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화백의 "히스토리"연작은 중학생때 만났던 비석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마치 비석을 찍어낸 듯한 작품은 그의 고집스런 집념이 담겼다. 단색조의 화면에 기계를 쓰지않고 일일이 세필로 글씨를 새겨냈다. "어린시절 절에서 느꼈던 불상과 비석의 오묘한 흔적과 자국들을 새긴겁니다. 무슨 뜻이나, 무슨 글을 쓴건 아닙니다." 작업은 노동집약적이다. 제작과정에 때로는 시행착오가 생기거나 판단의 실수로 예상치 못한 형태미가 나오면 과감히 버렸다. 다시 실험과 무한 반복 채색과 쓰기가 이어진다. 권화백은 "수없이 시도한 붓질로 겹침과 중첩이 반복되는 바탕에 누군가의 염원을 기원하듯 파내려간 글씨와 조형물들은 역사의 흔적에서 얻은 모티브"라며 "시간이 휩쓸고 간 세월의 자취에서 발견해낸 미학을 오늘 우리 정신사의 견실한 주춧돌로 삼고자 하는 조형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고뇌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의철 화백이 40여년간 추구하고 있는 "히스토리"시리즈를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영등포 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최주관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를 직접 홍보하고 있는 권 화백은 "그림 작업하는게 즐겁다. 소멸되어 가는 역사의 흔적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게으르면 안된다"며 "비석의 흔적과 자국 효과를 내기위해 칠하고 깎아내는 반복적인 작업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희가 넘었지만 붓을 놓지않고 정진하고 있는 열정이 전해진다. 단색조의 작업을 두고 주변에서 "단색화"로 구분하지만 시류에 휩쓸리지 않기로 했다. 권의철 화백은 "내년에도 전시를 열 것"이라고 했다. "단색화를 만든 윤진섭 평론가가 평을 써준다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하하." 02-2679-1982 hyu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뉴시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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