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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철 제16회 개인展에 부쳐 . . . 3 / 선학균(관동대 명예교수, 한국미협 자문위원)

kwonec 2013. 5. 14. 09:28

權義鐵 제16회 개인展에 부쳐 . . . 3 /  宣學均(관동대 명예교수, 한국미협 자문위원)

 화가가 본 權義鐵 . . .선학균.hwp

                                           5. 1. (수) ~ 5. 26.(일)

                                           당산 스피존 갤러리



한국화 입체 추상성의 천착(穿鑿)과

그 속에 내재된 순수 요체미(要諦美)의 발현

- 權義鐵의 작업을 보며 . . .-

 

宣學均 (한국미협 자문위원, 관동대 명예교수, 화가 )

 

대체로 추상주의는 회화의 조형요소와 미(美)의 원리를 적용하여 작가의 사상과 감정인 내면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양식의 하나이다. 따라서 구상적(具象的)표현과 비구상적(非具象的) 표현은 작가가 화면을 구성해 나갈 때에 의식하는 상태와 표현기법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비구상 회화는 순수한 선(線), 면(面), 색(色), 형(形), 동세(動勢), 변화, 통일, 재질감(材質感) 등의 형식적인 조형요소만으로 구성하여 창조하는 현대미술의 주류를 이루는 표현 방법이다.

 

현대 추상회화의 선구자인 간딘스키(Kandinsky)는 처음에 표현주의적 경향에서 발전하였으나 후에 본능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강렬한 느낌이 공존하는 「뜨거운 추상」으로 발전하였으며, 이와는 반대로 몬드리안(Mondrian)은 지적(知的)이면서도 기하하적 형태로서 대상의 여러 현상을 변형 또는 해체하여 상징적이고 합리적인 요소만을 감각적으로 구성하는 「차가운 추상」으로 변전시켜온 것 또한 이미 널리 알려진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화가 권의철은 홍익대 동양화과에 입학하기 전인 1960년대 초 서라벌고교 학생시절부터 홍익대, 서라벌예대, 조선대가 주최한 전국 규모의 중, 고교 미술실기 대회에서 홍익대학총장상, 특선등을 수상하며 고교 재학시절 특별활동부서인 미술반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또한 그는 홍익대에 재학중에도「신인예술상전(新人藝術賞展)」과 「백양회(白陽會)」등의 공모전을 통해 계속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나아가야 할 철저한 초석을 다지며, 한국화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형상성과 그 정체성(正體性)」의 흐름을 찾기 위해 계속적인 실험정신과 시도를 통해 작품 세계를 서서히 천착해 나간다.

 

이러한 일련의 비구상 작업은 그가 1974년부터 그동안 추구하는 한국화 추상성(抽象性)에 깊이 매료되어, 1976년에는 한국화 추상그룹인「현대차원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전통적인 한국화의 구도, 필묵법, 제작방법, 작가의 의식세계등에 대해서 지난날의 전통적인 작업에서 과감하게 일탈(逸脫)하여 그의 화면에 새로운 변신추구(變身追求)가 이루어진다.

 

그는 1960년대 초 홍익대 동양화과에 입학한 이후 약 46년에 걸쳐서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마음으로 오직 한국화 입체추상에서의 새로운 모티브(motive)의 제재, 질감, 형태, 먹의 변주(變奏)에 의한 흔적(痕迹)효과, 반점, 화선지의 팽창과 수축의 변화, 화면공간의 존재 및 혁신적인 기법표현, 그리고 색채의 미묘한 차이에 의한 뉘앙스(nuance)등에 대해 추상회화적인 내용을 지닌 발상의 전환과 함께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어렵고 힘든 순수 작가의 길을 택해 현대적인 실험을 위주로 한 입체추상적 작업에 임하게 된다.

 

그 동안 46여년에 걸쳐서 연계되어진 그의 회화세계를 필자 나름대로 전체적인 작품세계 흐름의 특징과 제작된 작품성향 분석을 통해 그 특성을 정리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되어진다.

 

1) 실제로 그가 한국화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변전(変轉)되는 과정은 표현미의 가장 본질적인 것만을 남겨 높고 다른 것은 배제 또는 생략해 버리는 제작방법과정에서 아마도 깊은 고뇌가 뒤따랐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그가 작품제작과정에서 전개하는 화면속에는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이며, 무엇이 필요한 것이고, 불필요한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예상치 않은 저해요소와 역경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끊임없는 철저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수없이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거치면서, 경이롭고 신비한 발상(發

想)에 의해 발견된「한국성(韓國性)」에 전력하여 순수 우리의 정감과 미감속에 담겨진 추상적 요소를 찾는 신선한 화두(話頭)를 제시하게 됨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입체추상적인 한국성 모티브(motive)를 찾기 위해 현대미술의 시대적 흐름과 변천과정을 깊이 숙지하여 「한국적 추상성의 숭고미(崇高美)」를 도출하는 바로미터(barometer)를 찾는데 투철한 작가의식으로 전력투구하게 된다.

 

당시에 그가 추구하는 한국성은 서구적인 조형성이나 사고방식(思考方式)의 틀에서 벗어난 한국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사유공간(思惟空間)과 직관(直觀:intuition), 그리고 관조(觀照)를 통해 체득된 공간 창조적인 표현으로 변신추구된 화면이 창출되기 시작한다. 그 이후 그의 공간 창조적인 표현은 평범한 2차원의 평면회화에서 독창적인 3차원의 입체회화로 이행(移行)하는 작가적인 조형어법과 동기유발(動機誘發)에 의해서 참신한 형상성이 이루어진다.

 

2) 한국화가 권의철이 추구하는 비구상(非具象)의 형이상학적인 탐구와 밀착된 탐색은 1980년대 이후 철저한 한국성(韓國性)에 기저(基底)를 둔 입체 추상성을 도출하는 화면에 포커스(focus)가 맞춰지고 있는 화면이 한층 더 특징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여 진다.

이를 테면, 장지 화면 바탕위에 한자나 한글 형태를 변형시켜 아교액이나 호분(胡粉)으로 그린 다음에 그 위에 먹(墨)이나 안료의 발염(潑染)이나 선염(渲染)같은 효과를 내거나 붓질에 의해 질감과 동세(動勢)를 강조하여 긴장감과 이완감을 점철시키는 작업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근래에 들어 이러한 일련의 시리즈(series) 작품들은 점차 화면에 밀도 있는 변화속에서 특이한 형상은 평면회화에서 입체회화에로 자연스럽게 이행되는 점이(漸移)현상과 물성(物性)이 지닌 재질효과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입체적 조형성을 분명하게 발견 된다는 점이다.

 

3) 그의 화면에서 특히 명징(明徵)하게 보여지는 것은 물성 자체가 주는 자연스러운 원형태 재질의 마티에르(matier)이다. 그의 제작기법은 장지위에 물을 적셔 축인 화선지를 붙인 후 물질감과 안료의 혼합재료가 지닌 감각적 표현제작과정 속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결과를 확인하면서 시도된다. 또한 그는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우선 주제(主題)를 설정하여 표현하고자하는 대상(對象)을 구체적으로 관찰하면서, 심적(心的) 구상에 의한 심상(心像)세계를 통해 하도(下圖)를 작성해 간다. 그가 요즘 제작하고 있는 「history series」작품은 표현의 기교적인 면보다는 작가의 인격과 교양, 타고난 천부적 기질, 예지력과 함께 작업과정 중에 형성된 창의성이 접목되어 새로운 3차원적인 입체형상의 추상적 화풍(畵風)을 형성하게 되는것으로 파악, 인지된다.

그의 용필법(用筆法) 역시 그의 화면에는 마치 봄 누에가 실을 입으로 토하듯이 가늘고 굵은 선을 긋는 춘잠토사식(春蠶吐絲式) 필법과 물에 적셔 축인 화선지위에 갈고리나 죽필(竹筆) 또는 칼로 날카로운 선을 그어 원형태적인 입체감이나 양감(量感)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구극이검식(鉤戟利劍式) 필법이 차용되고 있는 점이 극명(克明)하게 구체적으로 보여 진다. 따라서 그의 생신(生新)한 입체추상적 화면이 지닌 생명은 필의(筆意)와 필세(筆勢)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뚜렷하게 보여진다. 또한 그의 회화의 묘미와 운치(韻致)의 조형성은 물이 묻혀진 질퍽한 화선지 위에 형성된 입체적인 원형태의 물성 위에 그가 즐겨 다루는 죽필(竹筆)의 방향(方向), 속도(速度), 강약(强弱) 등의 3요소가 조화롭게 이루어 내는 리듬(rhythm)에 의하여 창출되는 화품과 함께 차원 높은 아취(雅趣)에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입체추상적 화면은 「선(線)과 여백(餘白)의 함축성」과 「암시적인 효과」가 나타나 감상자의 상상력에 호소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시사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입체추상적 작품은 그만이 지닌 영감(靈感)의 총체로서 순수회화에 대한 숭고하고 우아한 미적체험이며, 그가 지닌 예술적 지혜의 결정체(結晶體)인 것이다. 또한 그의 화면에서 보여지는 단색조의 부드럽고 습윤(濕潤)한 비재현적(non-representive)인 원형질적인 분위기는 현대회화의 미니멀 아트(minimal art) 와도 일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러한 입체추상적 화면은 현대 프랑스의 미학자 수리오(E.sourian)가 주장한 미술영역을 구별 짓는 것은 감각(感覺)에 있다고 한 그의 논리적인 면과 깊은 상관관계(相關關係)가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화가 권의철이 지금까지 초지일관(初志一貫)한 마음으로 집요하게 발표해온 입체추상 작품에 주류를 이루는 다양하고 심오한「history series」의 화면들은 그동안 「Asia biennale」전이나 「Asia modern Artist」전의 참여를 통해 국·내외 화단계(畵壇界)에서 이미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1970년대 국전(國展)에서의 입·특선 수상 작품 역시 작가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 검증(檢證)받아 그 이후 국내에서 가장 비중 있는 「대한민국 미술대전」비구상부문에서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을 맡는 등 한국화 비구상 부문에서 주요 역할과 함께 어렵고 힘든 실험 작업을 하는 순수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는 작가의 작업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더 나아가 그는 폭넓은 한국화 입체추상 미술영역의 심화, 확대와 함께 한국미협 영등포지부장, 서남미술연합회 회장, 한국미협 이사 등의 맡은 바 소임과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한 작가로서 정평(定評)이 나 있어 같은 길을 걷는 화단의 많은 작가들에게 깊은 신뢰와 존경심(尊敬心)을 갖게 한다. 앞으로 글로벌(Global)시대에 그의 숭고한 입체추상의 회화세계가 「한국성의 새로운 예술지평의 획(劃)」을 그어, 그가 추구하고 있는 한국화의 추상적인 속성이 지닌 숭고한 「순수회화의 요체미」가 현대미술의 참신한 이정표(里程標)로 반드시 제시되어 지기를 마음속 깊이 기대하는 바이다. 끝

 

2013년 5월 일

宣學均 (한국미협 자문위원, 관동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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