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성에 내재된 의상(意象)의 한국적 추상세계를 꿈꾸며…
sh- 작가 에세이 _ 권의철
글 권의철 (한국화가, 한국미협이사, 서울서남미협 회장)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제 23회 국전(대한민국 미술전람회의 약칭)에서 한국화 비구상 부문으로 처음 입선을 한 후 현재까지 추상성(抽象性)이 강한 비구상 작업을 초지일관하게 천착(穿鑿)해 오고 있다.
1970년 당시에 고향 산천 야산에 유적지가 있는 나지막한 산길을 거니노라면 길 모퉁이에 산재한 이끼가 잔득 낀 채 주변에 비스듬히 서 있는 비석(碑石)을 자주 보게 되는데, 언제 누구를 위해 세워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인(故人)이 살았던 당시의 역사적 사건이나 살았던 당시의 공적을 기리는 문자의 흔적(痕迹)임을 추측하거나 연상하게 된다.
이러한 흔적에서 나타나는 형상(形像)의 느낌을 모티브(motive)로 한 나의 작품들을 거의 40여 년간 초지일관(初志一貫)하게 추구하면서 여러가지 떠오르는 작품 제작의 동기유발(動機誘發)과 발상(發想)전환의 단상이 떠오른다.
즉 오래된 화강암이나 비석에 새겨진 문자(文字)의 똑바른 서체(書體)형태, 오랜 풍상 속에 문자의 형태가 일그러진 형태, 화강암으로 조각 된 비석자체가 지닌 물성의 원형질적인 현상 등은 나의 심미안(審美眼)과 나만의 사유공간(思惟空間)을 통해 발현되는 사고의 영역이 접목되어 하나의 창조된 화면으로 연출될 때 작가로서의 뿌듯한 자부심과 더 큰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반드시 자기 자신만이 추구하는 새로운 형상성의 조형어법과 조형언어가 도출되어 독자적인 작가 철학이 흐르는 메시지(message)를 많은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필자의 화면에는 비석에 형성 되어진 재질감(材質感), 요철(凹凸), 흔적, 얼룩 된 반점(斑點) 등을 장지 위에 먹, 또는 안료의 발염(潑染)이나, 선염(渲染)같은 효과를 내거나 붓질에 의한 동세(動勢)를 강조하여 긴장감과 이완감을 점철 시키는 작업을 시도한다.
작품제작 과정에서 때로는 시행착오(試行錯誤)가 생기거나 판단의 실수로 예상치 못한 형태미(形態美)로 나올 때에는 다시 실천, 시도한 후 또 다른 아이디어 확장을 통해 겹침이나 중첩시켜 물성이 지닌 속성(屬性)과 본래 의도한 구도의 변형을 통해 작품을 마무리 해 간다.
어느 한 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분야에서 전문가(專門家)로 인정받는 것은 오랜 세월의 각고한 자신의 노력과 작가의 시간 투자, 자신이 선택한 장르에서의 선호하는 인지도와 높은 평가를 해 주는 관객 등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졌을 때에 그 가치를 발휘한다.
필자의 작품은 196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서구의 앵포르멜(Informel) 운동과 미국의 액션페인팅(action painting)에 위한 추상화풍의 열기가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던 시대적 상황과도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아진다.
작품제작 과정에서 추상화의 요소인 조화, 비례, 균형, 리듬, 대조, 강조 등과 화면에서의 필세의 방향, 속도, 강약 등의 3요소가 접목되어 작품이 마무리되어질 때에 필자의 마음속에 불현 듯 느껴지는 희열은 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凱旋將軍)의 마음처럼 느껴진다.
옛 말에 세월여류(歲月如流)라는 뜻은 인생이 짧다는 의미를 지닌다. 필자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 입학하여 전공을 한 지도 벌써 48년의 긴 세월이 물 흐르듯 흘렀다. 당시에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순수미술에 입문한 많은 동기, 동창 중에 몇 명 안 남은 작가로서 떠오르는 회고(懷古)의 정은 앞으로 한국적인 걸작(master piece)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남은 여생을 작품제작을 위해 전력투구하여 본인 나름대로의 꿈을 위한 자아실현(自我實現)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자아실현은 나의 삶을 반추(反芻)하고 있는 삶의 흔적이나 역사성으로서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나의 작품이 후대 미술 사가들에 의해 재규명, 재평가, 재해석 된다고 볼 때에 더욱 분발하여 한 시대의 지평의 획을 긋는 조형성을 지닌 작품을 위해 매진(邁進)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해 본다.
궁극적인 것은 삶의 부귀영화(富貴榮華)속에 행복 보다는 평범한 삶이지만 미술사의 흐름에서의 ‘입체 추상화(抽象畵)’라는 부문에서 “삶의 기쁨과 환희 그리고 작품의 꽃을 피우기 위해 한 평생을 바치었노라”라는 숭고한 한국적 추상미의 울림 속에 작은 메아리가 울려 퍼지기를 마음 속 깊이 기대하게 된다.
2012. 3월
권 의 철
약력
권의철은 서울갤러리, 예술의 전당, 나무그늘 갤러리 등에서 9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Asia Biennale(뉴델리, 다카), Asia Modern Artists 전(동경미술관), 홍익대 미술대학동양화과 총동문전(현대미술관), 서울신문 동서양화 정예작가 초대전(서울gallery), KIAF 전(COEX HALL ), KYMA 전 (Gaga gallery, 나무그늘 gallery), KIFA 전 (예술의 전당, 서울gallery, 동경미술관), MANIF 초대전(예술의 전당, 서울), Paris arts collection전(Paris mega gallery), France 4개국 작가전(Paris unesco gallery) 등의 기획 및 단체전으로 활동하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였고 서울미술 대상전 한국화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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